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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얄로더 完 다운
    카테고리 없음 2021. 5. 12. 11:48
    로얄로더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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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얄로더 完.txt2.6M

    “휘람아, 무슨 일 있냐?”

    역시 나는 표정관리에 재능이 없다. 같은 세차장 직원인 김씨 아저씨가 단번에 알아본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표정이 왜 그렇게 어두워? 그러다가 친절수당 깎이겠어.”

    친절수당. 또 다른 말로는 웃음수당.

    이곳은 고급세차장이다. 때문에 우리 세차장 직원들은 육체노동만 파는 게 아니라 웃음도 함께 파는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기분이 우울해도 항상 웃어야 한다. 웃지 않으면 월급이 깎이니까.

    “오늘따라 좀 피곤해서요. 하하.”

    “그래. 그렇게 활짝 웃어야 휘람이 답지. 늘 웃던 사람이 표정이 없으니까 꼭 화난 사람 같잖아. 하하.”

    늘 웃던 사람!

    사람이 어떻게 늘 웃을 수만 있을까? 누구라도 가끔은 사는 게 힘들 때가 있는 법인데.

    나에게는 오늘이 특히 그런 날이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무슨 일이 있냐고?

    ‘로열로더’가 오늘부로 서비스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맞다. ‘로열로더’는 컴퓨터게임이다.

    그깟 컴퓨터게임 서비스종료 되는 게 무슨 대수냐고?

    그러게. 그깟 컴퓨터게임 따위가 뭐라고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까?

    하지만 힘이 드는 걸 어떻게 해.

    로열로더가 내 인생의 유일한 즐거움이자 휴식처였고, 또한 안식처였던 걸 어떻게 해.

    로열로더를 잃는다는 건 내 인생의 절반 정도가 송두리째 날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걸 어떻게 해.

    누구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오직 내 개인적인 일일 뿐이니까.

    그래서 견뎌내는 것도 나 혼자의 몫이다.

    ‘그래. 웃자. 웃어야 어머니 약값도 벌고 우리집 생활비도 벌지.’

    새로운 손님이 찾아왔다. 뚜껑이 열리는 검은색 고급스포츠카다.

    스포츠카 주인은 우리 세차장의 단골손님.

    나이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외모나 입고 다니는 행색을 보면 20대 초반쯤 되어 보인다. 나보다 서너 살은 어린 것 같다.

    얼른 달려가서 허리를 굽혔다. 환한 미소와 함께.

    “오셨어요?”

    오늘도 옆자리 아가씨가 바뀌었다.

    하여튼 능력도 좋아. 일주일에 한 번쯤 세차장을 찾는데, 그때마다 여자가 바뀐다. 그것도 하나같이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쭉쭉빵빵 미인들이다.

    “기스 안 나게 잘 해줘.”

    그런데 저놈은 왜 매번 반말일까? 부모님이 기본적인 예절교육도 안 가르쳤나?

    그런데 이런 곳에서 일하다 보면 저런 놈이 뜻밖에 많다. 돈이 벼슬이라도 된 것처럼 행세하며 우리 같은 종업원들을 아래로 보는 것이다.

    대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은 것인지.

    그럴 때마다 속이 뒤집어지곤 한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그래서 사장님이 직원들에게 그렇게 잘 대해주는 것이고, 또 그러라고 월급도 많이 주는 것 아니겠는가?

    손님이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서 내밀었다.

    이건 월급과 별개로 받는 팁이다.

    일단 받을 건 받고.

    돈에는 죄가 없는 법이니까.

    “감사합니다.”

    “어머. 오빠 멋있다!”

    “겨우 만 원 가지고. 세 시간 있다 올 테니까 구석구석 신경 좀 써.”

    “옙 손님.”

    손님이 여자의 짤록한 허리를 팔로 휘감고 세차장을 나갔다.

    싸가지는 없는 놈. 하지만 부럽긴 하네.

    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부러우면서도 부럽지 않다고 자신을 속이는 게 더 비참한 것 아닌가?

    그래. 부러운 건 부러운 거지.

    사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멋진 스포츠카 타고 다니며 쭉쭉빵빵한 미인들 만나고 싶고, 남들 일할 때 비싼 돈 주고 필드 나가서 골프공 빵빵 때리며 살고 싶다.

    그렇다고 저놈처럼 아무한테나 반말 찍찍 내뱉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예의를 잃어서는 안 되지.

    하지만 내 팔자에 그게 가당키나 하겠는가?

    8천 원이 아까워서 그 좋아하는 순대국밥도 마음껏 못 사먹는 놈이, 15만 원짜리 싸구려 고시원에서 다리도 제대로 못 펴고 자는 놈이 무슨 수로.

    그래도 억지로 힘을 내서 세차를 시작했다. 그나마 이런 작장이라도 있어서 가족 먹여 살릴 수 있으니까.

    그런데 오늘따라 정말 힘이 안 나네. 세차를 하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로열로더’ 생각뿐이다.

    ‘휴우, 내일부터는 무슨 재미로 사나?’

    그렇게 퇴근시간이 되었다.

    온몸이 녹초다.

    그래도 마음은 조금 설렜다. 오늘까지는 로열로더를 즐길 수 있으니까.

    ‘마지막 불꽃을 태워보자.’

    그런데 훼방꾼이 나타났다.

    디리리- 디리리-

    여자친구 혜숙이 전화다.

    - 우리 만나. 할 얘기가 있어.



    현규선생
    재미있게 보겠습니다^^
    밀크티굿
    네! 감사합니다~^^
    셧새다
    받아갑니다~!
    살만한기32
    네! 재밋게 읽어주세요~!^^
    947347
    재미있게 보겠습니다^^
    마루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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